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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권 진 교수 인터넷신문 복지타임즈 기고글] 한국 푸드뱅크의 지난 20년,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제언 2021-02-19 10: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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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푸드뱅크의 지난 20년,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제언

이 글은 최근 수행한 한국 푸드뱅크 관련 연구 내용 중 필자가 작성한 부분을 중심으로 한국 푸드뱅크의 명과 암을 핵심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여유식품이 저소득 취약계층에 전달되고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향후 푸드뱅크 사업의 발전방안을 필자 개인적인 차원에서 독자들께 제언하고자 한다.

한국 푸드뱅크의 20여 년 성과를 살펴보며

필자는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한국 푸드뱅크 역사 정립 및 발전방안 연구(연구책임: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욱 교수)’의 공동연구원으로서, 푸드뱅크에서 운용 중인 FMS(Foodbank Management System)의 20년 치 자료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거의 매년 모집률과 배분율이 증가했으며, 2002년부터 2019년까지의 평균 배분율은 90.5%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기부 식품·생활용품의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배분액 증감률을 살펴보면, 2006년 2.3%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꾸준하게 성장해왔다(<표> 참조). 즉,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왔음을 알려주는 수치이자, 높은 배분율을 통해 저소득 취약계층의 식품 빈곤 완화에 큰 기여를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2019년 기준으로 2365억원가량의 식품 및 생활용품을 모집했고, 약 2289억원의 배분 성과를 보였다.

두 번째로, 기부의 대부분을 기업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그림1>은 기부 주체를 단체·개인·기업으로 구분해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기부액 비율을 살펴본 그래프이다. 기업의 푸드뱅크에 대한 기부 비중이 2002년 기준으로 22.5% 정도였으나, 2019년 75.7%로 나타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요 기부자로서 기업의 위상을 확인하는 그래프이자, 푸드뱅크 사업에 있어서 기업과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푸드뱅크 사업은 제도권 안의 빈곤계층(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계층)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선 저소득 계층 및 긴급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폭넓은 서비스 제공을 해왔다는 점이다. <그림2>를 보면, 푸드뱅크 서비스 이용자 유형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낮아지고, 저소득층이나 긴급지원대상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푸드뱅크 서비스가 공공부조의 역할을 보다 폭넓게 보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푸드뱅크의 발전방안에 대한 제언

이상에서 핵심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푸드뱅크 사업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으며 식품과 생활용품 등 현물기부에 대한 국내 최대의 창구로써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드뱅크 전담인력의 부족이나 열악한 처우, 지자체의 무관심 등의 문제는 사업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이 됨을 여타의 연구들에서 공통되게 지적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상적일 수 있으나 필자의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다.

첫 번째는 ‘전국 푸드뱅크’의 역량 강화이다. 푸드뱅크 사업이 매년 성장하고 있으나 사실 상당 부분은 수도권 사업의 성장이 전체 평균을 높이는 형국이다. 이를 전국적으로 배분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전국 푸드뱅크’에서 하고 있는데, 현재 ‘전국 푸드뱅크’ 조직은 단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소규모 조직이 행정과 국제사업, 교육, 기업에 대한 모집 및 배분을 다 감당하는 것은 여러모로 제약사항이 많다(서울시 광역푸드뱅크의 경우에도 조직도 상 전담인력은 7명이다). 미국 푸드뱅크의 경우 빈곤과 결식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고, 푸드뱅크 서비스를 받은 취약계층의 생활에 어떠한 긍정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국 푸드뱅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전국 푸드뱅크 또한 이러한 연구조사 및 홍보, 자료 제시의 역할 수행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사업 방향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몇 가지 모델을 제시해보자면, 기부식품의 일부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판매 수익금을 푸드팩으로 전환, 저소득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다인테이블’과 같은 사업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사업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무인 푸드뱅크 사업장과 같이 운영 형태를 달리하는 접근 방식도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과감하고 선제적인 서비스가 제공돼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와의 협력적 사업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푸드뱅크 사업은 지방이양 사업으로 지자체로부터 지도와 감독이 이루어지며, 필요시 재정적 지원까지 가능한 사업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자체의 지도와 감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재정적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푸드뱅크사업 전담인력이 1~2년 내외의 짧은 교체주기를 보이는 것이 전적으로 지자체의 책임은 아니지만, 지자체의 방치가 한몫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푸드뱅크가 정부의 참여와 지원을 통해 전국적 확대를 이루었고, 나름의 체계성과 안정성을 갖추기까지 공공 영역의 도움이 컸다. 지금도 여전히 민관협력 사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서비스 제공자들을 통해 지역내 저소득 계층의 결식이 완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자체의 참여와 관심은 사업 성공에 핵심적인 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이 글을 마치며

20년이 넘은 푸드뱅크 사업을 보고서를 통해 정리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식품의 기부와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전문적인 내용이 조명되어야 하나, 지면의 한계상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전달했고, 분석의 내용과 제언이 딱 들어맞지 않는 불편함에 대해서도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본질적으로는, 멀쩡한 식품이 쓰레기통으로 향하지 않고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사회적 시스템을 바란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시스템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구축돼 있다. 코로나19로 온 사회가 거리를 두고 있는 요즈음, 푸드뱅크를 통한 식품 및 생활용품의 기부가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지길 기원한다.

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
http://www.bokj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390